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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1.27 [자동차] 디젤엔진시대가 오다
디젤엔진시대가 오다

이경섭:독일 PRG ingniuergesellschaft mbH project Leiter

현재 우리나라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들 중에는 가솔린차가 많을까, 디젤차가 많을까. 버스, 트럭 등 상용차 모두를 포함한다면 당연히 디젤차가 많을 것이란 짐작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가용분야에서도 디젤이 많다는 건 통계자료를 보고 나서야 믿지 않을까 싶다.

2004년 7월 현재 국내에서 자가용으로 쓰이고 있는 디젤엔진의 승용차 숫자는 160만대가 넘는다. 가솔린엔진의 승용차가 120만대가 조금 못되니 가히 디젤엔진시대라 해도 이제는 틀린 얘기가 아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경유가격이 오를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디젤엔진이란 과연 무엇일까.

모두가 디젤엔진에 대해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터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 지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이미 오래 전 학생시절에 배웠던 디젤엔진의 기본을 바탕으로 최근의 첨단 연료분사기술까지 디젤엔진의 모든 걸 하나하나 밝혀 보기로 한다.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과 마찬가지로 기본형태는 피스톤이 왕복운동을 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래서 가솔린엔진과 디젤엔진을 통틀어 우리는 피스톤 왕복운동기관이라 부른다. 이 피스톤 왕복운동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인류는 밀폐된 원통형의 실린더 안을 꽉 끼운 피스톤을 부지런히 움직여주면 뭔가 중요한 변환이 있다는 걸 일찍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자연의 질료로서 그 것을 실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있어 피스톤 왕복운동이란 황홀한 본능인 동시에 매우 창조적인 작업이었다. 자연현상으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에너지를 변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은 있었지만, 그 자연의 제 현상에 인간의 작위를 개입시켜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재현시키지는 못했다.

인류가 최초로 피스톤 왕복운동을 순수한 자연의 질료로만 객관화한 것은 19세기말에 들어서야 겨우 가능하게 됐다. 바로 증기기관의 등장이다. 19세기 산업혁명이 삶의 양태와 질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다면 피스톤 왕복기관의 발명은 바로 산업혁명을 가능케 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증기기관도 그렇지만 이어 발명되는 가솔린엔진, 디젤엔진 등은 새로운 에너지를 자연적으로 발생시켜주는 에너지발생기관이 아니라 이미 존재해 있는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변환시켜 주는, 즉 에너지변환기다. 에너지변환기로서 가솔린기관과 디젤기관은 피스톤 왕복운동기관이라는 점 외에 석유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처럼 서로 닮은 구조와 형태를 하고 있으나 디젤엔진은 여러 면에서 가솔린엔진과는 차이가 있다. 같은 석유에너지를 써도 가솔린엔진은 휘발유(가솔린)를 연료로 사용하고, 디젤엔진은 경유(혹은 디젤유)를 사용하는 게 기본적인 차이다.

석유에너지는 정제순서에 따라 휘발유, 경유, 등유, 석유 등으로 나뉜다. 만약 사용되는 에너지에 따라 기관의 이름을 가솔린 혹은 휘발유엔진으로 부른다면 당연히 디젤엔진은 경유엔진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게다가 엔진의 발명자인 루돌프 디젤의 이름을 엔진에 그대로 적용해 디젤엔진이라고 한다면, 가솔린엔진 발명자인 니콜라우스 아우구스트 오토(1832~1891)라는 이름을 따 휘발유 또는 가솔린엔진도 오토엔진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하다. 실제 학계에선 피스톤 왕복운동을 작동방식에 따라 오토사이클, 디젤사이클로 부른다. 독일에서는 두 엔진을 디젤모터(엔진)와 오토모터(엔진)로 칭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디젤은 독일 사람으로 정식 이름은 루돌프 크리스티안 칼 디젤(1858~1913)이다. 독일에서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인류역사에 디젤엔진 발명이라는 빛나는 업적을 이룩한 천재적인 엔지니어였다. 동시대 같은 나라 사람으로 또 다른 탁월한 엔지니어였던 오토가 그 보다 몇 년 앞서 4행정 기관을 발명해냈으나 오토엔진은 오늘날 오로지 승용차분야에만 적용되고 있다.

디젤엔진은 이에 비해 물류수송의 대부분을 이루는 트럭, 버스, 기관차, 선박은 물론 각종 산업, 농업기계서부터 화력발전에 이르기까지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특히 교통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육상교통의 대형 트럭이나 버스, 해상교통의 선박 등은 거의 절대적으로 디젤엔진만을 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토엔진에 비해 디젤엔진이 효율이 높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규모가 크면 클수록 경제적 차이는 더욱 커서 대형 트럭과 버스, 대형 선박 등에는 디젤엔진을 제외하고는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사실 오토엔진은 초기부터 선박이나 항공기 등에 적용되는 대형 엔진분야의 경제성에서는 디젤엔진을 감당할 수 없었다. 단지 크기가 작아지면 출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디젤엔진의 특성 때문에 무거운 디젤엔진은 가벼워야 하는 승용차분야에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그런데 90년대들어서며 비약적으로 발전한 디젤엔진의 연료분사 기술력에 힘입어 승용차분야에서도 디젤엔진이 각광받게 된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승용차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가솔린엔진이 점점 디젤엔진에 밀리는 추세에 있다.

그렇다면 디젤엔진은 오토엔진에 비해 어떻게 다르고,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우선 다른 점은 사용하는 연료가 다르다는 것인데, 각각 휘발유와 경유를 쓴다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순수한 공기만을 흡입해서 높은 압력으로 압축한 다음 경유를 분사해서 자연적으로 점화시킨다는 디젤엔진에 대해 궁금한 점은 없을까.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으로는 상온에서 걸핏하면 불이 잘 붙는 휘발유를 고압으로 압축하면 상온에서 직접 불을 붙여도 착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경유보다 자연착화가 더 잘 될 것 같다. 그런데 왜 오토엔진의 휘발유와 공기가 혼합된 가스는 억지로 불꽃을 튀겨줘야 하고, 디젤엔진은 압축된 공기 속에 경유만 뿌려줘도 불꽃이 저절로 튀는 것일까.

답은 각 연료의 점화온도에 있다. 디젤유인 경유의 점화온도는 섭씨 350도이고 휘발유는 섭씨 500도이다. 다만 말 그대로 휘발유는 강한 휘발성 때문에 상온에서 불이 잘 붙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휘발유는 오토엔진에만 사용할 수 있을 뿐 다른 동력기관에는 쓰기가 쉽지 않아서 오토엔진이 사라지면 아마 쓰일 곳이 마땅찮은 휘발유는 가격이 폭락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기우가 있다.

피스톤의 왕복운동이 4행정을 반복하면서 에너지를 변환시킨다는 점은 같지만 디젤엔진의 압축비와 열효율이 더 높다. 더구나 소비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연료소비가 적고 엔진수명이 길다는 최대의 경제적인 장점도 있다. 배기가스도 CO나 HC와 같은 유해 가스방출이 오토기관에 비해 현저히 낮다. 더구나 엔진의 저회전 범위에서 비교적 균등하면서도 높은 토크(회전력)를 내는 것도 큰 장점이어서 부하와 토크의 변화가 심한, 움직이는 교통기관에 제격이다. 반면 오토기관에 비해 단점으로 지적되는 건 오토기관에는 거의 없는 매연이 배기가스로 나온다는 것. 그리고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마력 당 중량이 너무 무거워 출력이 상대적으로 오토엔진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것도 이제 미국이나 일본 등 일부 나라에 국한된 애기다. 유럽, 특히 독일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독일은 초기부터 꾸준히 디젤승용차를 개발해 왔으며 이제 디젤엔진은 명실상부하게 오토엔진시대를 뒤이을 차세대엔진으로 떠오르고 있다. 첨단 센서장치와 고압분사장치 그리고 디지털기술이 절묘하게 합쳐짐으로써, 소음과 마력 당 중량도 크게 줄어 이젠 오히려 오토엔진을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독일에선 같은 배기량일 경우 디젤엔진의 성능이 오토엔진보다 더 높아지려 하고 있다. 신형 아우디나 BMW, 벤츠 등 고급 승용차에는 어김없이 고출력의 디젤엔진이 장착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게 아우디의 A8 4.0 디젤인데, 4,0ℓ의 배기량에 무려 275마력의 출력을 낸다. 국산 최고급이라는 에쿠우스의 4.5ℓ 오토엔진은 아우디의 디젤엔진보다 500cc나 더 큰 배기량임에도 5마력이 적은 270마력의 출력을 낸다. 벤츠도 예외는 아니어서 S430의 4.3ℓ 배기량의 오토엔진 출력이 279마력에 불과하다. 머지 않은 장래에 아마도 디젤엔진의 성능은 같은 배기량일 경우 오토엔진의 성능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에너지자원문제와 연결해 고찰해 보면 앞으로도 오토엔진은 연료로서 휘발유 외에는 적용이 어렵지만 디젤엔진은 경유뿐 아니라 콩이나 해바라기, 유채꽃기름, 야자유같은 소위 밭에서 나는 연료인 식물성기름과 메탄올, 에탄올 등 알콜연료는 물론 각종 지방산메틸레스터 등을 대체연료로 쓸 수 있다. 특히 유채꽃 기름인 랍스 오일이라든지 야자유, 해바라기기름 등은 경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의 전환전인 발전이 기대되고, 대기의 이산화탄소 방출과 흡수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게다가 생태계의 균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돼 아시아와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의 대륙에서 대체에너지로서 관심과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디젤엔진은 앞으로도 개발의 여지가 많다. 특히 다양한 연료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자원고갈 및 환경측면과 맞물려 미래가 밝다. 반면 오토엔진은 활용성의 한계로 인해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발명자인 인간 오토와 함께 오랫동안 오토엔진이 인간에 줬던 편리함을 생각하면 한편으론 좀 안타깝기도 하다.

출처:www.kyungcha.co.kr
Posted by Goo M.D. Trackback 0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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