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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9.19 [자동차] 포니에서 NF소나타까지
포니에서 NF소나타까지

"저것들이 모두 일본 차들 아니오? 우리가 개발한 차가 달리게 해야겠는데, 그 일을 정 사장이 맡아줘야겠어요."

김재관 당시 상공부 중공업차관보가 1973년 9월 서울 광화문 거리를 가리키며 당시 정세영 현대자동차 사장에게 던진 말이다. 일본-미국으로부터 부품을 받아 완성차를 생산하던 당시 자동차산업 수준에서 '고유모델' 개발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고유모델 개발에 승부를 걸었고, 1974년 말 국산 자동차의 첫 고유모델 '포니'를 내놓는 데 성공한다.

포니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주지아로의 디자인과 일본 미쓰비시의 엔진 등으로 만들어졌지만, 현대가 주도해 만든 차로서 최초의 국산차로 손색이 없었다. 당시 포니에 대해 세계 언론은 '선 흐름이 수려한 차'라는 평가를 내렸고 국내 반응도 좋았다. 한국인의 취향과 체격, 그리고 도로 사정에 맞는 경제형 차인 데다 내구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니 덕택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6번째, 아시아에서는 2번째로 고유모델을 갖는 국가가 됐다. 첫해에만 1만7백26대가 팔려나갔고, 단숨에 국내 승용차 시장점유율 43.5%를 차지하며, 라이선스로 생산되던 중형차 시장까지 잠식했다. 1976년 7월에는 국산차 최초로 에콰도르에 수출됐으며 1985년까지 총 29만4천여 대가 판매됐다. 포니는 1982년 '포니2'로 이어진다. 1984년부터 캐나다에 수출돼 미국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닦은 포니2는 1990년 1월까지 35만9천여 대가 판매됐다. 포니는 우리나라 최초의 밀리언셀러인 엑셀 모델로 연결됐다.

1985년 2월에 생산이 시작된 엑셀 시리즈는 국산 승용차 중에서는 최초로 전륜구동방식을 채용해 당시 화제를 모았다. 처음부터 수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차량인 만큼 기존 해외시장에서 포니의 인지도와 명성을 살리면서도 차별화를 위해 '좀더 나아진 포니, 뛰어난 포니'라는 뜻을 지닌 포니엑셀로 명명됐다. 1986년 1월 20일 울산부두에서 포니엑셀은 한국자동차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미국시장을 향해 출발했다. 당시 〈포춘〉은 이 차가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수입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포니엑셀은 인기몰이에 성공해 1988년 7월 7일 1백만 대 생산을 돌파했다.

포니 국내 최초로 에콰도르 수출
액셀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액센트다. 1994년 4월 판매되기 시작한 액센트는 당시 '100%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차'라는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엔진과 변속기 등 당시 외국에 로열티를 지급하던 부품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했던 것이다. 액센트는 빨강, 연보라 등 개성있는 색깔과 역동적인 모습 덕택에 인기를 끌어 단종된 1999년까지 1백54만6천여 대가 생산됐다.

현대는 1983년 최초의 국산 고유 중형모델 스텔라를 선보였다. 스텔라는 2000년 5월 쏘나타가 최장수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지 최장수 자동차의 위치를 지켰다. 포니를 디지인한 주지아로가 디자인을 담당한 스텔라는 공기저항을 극소화시키는 차체를 기본으로 앞유리면 경사를 낮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었다. 1987년 10월에는 '88서울올림픽 공식 승용차'로 지정되기도 했다. 스텔라는 1990년 준중형차인 엘란트라로 이어졌다.

1990년 10월 등장한 엘란트라는 중형차인 소나타와 소형차인 액셀 사이의 틈새를 메우는 준중형 모델이었다. 차츰 진가를 인정받아 1992년과 1993년 베스트셀러 자동차의 자리에 등극했다. 준중형차로는 처음으로 에어백과 ABS를 갖췄다.

1983년 중형모델 스텔라 선보여
1995년 3월 엘란트라의 뒤를 이은 아반떼는 판매 5일째인 3월 22일까지 1만1천1백여 대가 팔려 당시까지 나온 신차 중 가장 많은 판매대수를 기록했다. 시판 5일 만에 계약대수가 1만 대를 넘어선 것은 1989년 엑셀(1만3백93대) 이후 두번째의 일이었다. 아반테는 판매 첫날인 3월 17일 1일 판매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중형차 수준의 넓은 실내공간과 첨단장치를 갖췄으면서도 가격이 적절해 젊은층의 인기까지 독점한 덕택이다. 당시에는 너무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디자인이라는 이유로 현대차 내부에서 반대가 많았지만, 오히려 이같은 디자인이 성공의 비결이 됐다.

2000년 4월 등장한 아반테XD는 중형차 수준의 품격과 소형차 수준의 유지비라는 모토를 내걸고 개발됐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EF쏘나타와 베르나에 적용한 직선을 강조한 스타일을 이어받아 근육질의 인상을 주었으며 성능면에서는 앞선 기술이 적용됐다. 아반테XD는 2004년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비전'의 '2004 종합품질 만족지수' 조사 소형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80년대 당시 소형차는 현대의 독무대였지만, 중형차 시장은 그렇지 못했다. 현대차는 1985년 11월 파워스티어링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배기량을 높인 스텔라 최상급 모델을 '쏘나타'의 이름으로 선보였지만, 스텔라와 같은 차체를 사용한 탓인지 차별화에 실패, 1987년 후반 생산을 그만뒀다.

현대차는 중형차 시장을 휩쓸고 있던 대우의 로열 레코드에 대항하기 위해 1988년 6월 1일 뉴소나타를 내놓았다. 당시 쏘나타는 큰 실내공간과 조용한 엔진, 부드러운 승차감과 각종 편의장치 등으로 큰 인기를 모아 1989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7만9천7백여 대가 팔려 현대차의 중형차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68%로 끌어올렸다. 쏘나타의 성공으로 현대차는 소형차 엑셀, 중형차 쏘나타, 대형차 그랜저라는 삼두마차를 갖게 됐다.

뉴쏘나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쏘나타는 1993년 5월의 쏘나타Ⅱ와 1996년 2월의 쏘나타Ⅲ, 1998년 3월의 EF쏘나타, 2001년 1월 뉴EF쏘나타, 2004년 9월 NF쏘나타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쏘나타 시리즈는 1994년 이래 승용차 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대의 대형차로서 1986년 7월 등장한 '벤츠 스타일'의 그랜저는 일본 미쓰비시와 공동개발, 공동생산된 차다. 한때 대형 고급차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랜저는 1992년 뉴그랜저와 1999년 그랜저XG로 이어지고 있다.

1996년에 선보인 대형차 다이너스티는 출고 당시 큰 인기를 모았다. 예상보다 많은 판매량에 차량 인도가 늦어져, 출고 담당자가 회사 안팎에서 걸려오는 출고독촉 전화를 못이겨 전화기를 내려놓고 지낼 정도였다. 다이너스티는 1998년 그랜저XG가 등장할 때까지 많은 판매량을 보였다.

1998년 등장한 그랜저XG는 그랜저 시리즈이긴 하지만 뉴그랜저까지 이어졌던 일본 미쓰비시사와의 관계를 찾아볼 수 없는 차다. 현대차는 3년 6개월 동안 4천6백억원을 투자해 스타일과 성능, 안전, 편의성이 한 단계 올라간 오너 중심의 그랜저XG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그랜저에 비해 차체의 크기는 줄어들었지만 실내공간은 오히려 넓어졌다. 그랜저XG는 2003년 말까지 총 23만9천여 대가 팔리면서 대형 승용차 시장을 석권했다.

그랜저XG 대형 승용차 시장 석권
1999년 4월에는 에쿠스가 수입차 시장의 전면 개방에 대응하는 국산 초대형 승용차로 등장했다. 일본 미쓰비시사와 함께 개발한 에쿠스는 가장 큰 배기량과 안전성, 각종 편의장치를 자랑한다. 에쿠스에는 '현대'의 'H' 마크를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고급차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가 도요타라는 이름 대신 렉서스라는 상표를 달고 차를 팔아 고급차란 이미지를 갖게 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최근 현대차는 현대차의 미국 내 디자인연구소에서 만든 컨셉트카를 기초로 차를 생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93년 모습을 드러낸 컨셉트카 HCD-2. 이는 1996년 티뷰론으로 양산됐다. 당시 티뷰론은 근육질의 스타일과 최고시속 200㎞로 화제를 모았다. 티뷰론은 미국에서 1999~2001년 사이에 1,000대당 5.5대꼴로 도난을 당해 미국 차량도둑이 가장 선호하는 승용차 중 당당히(?) 7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99년에 공개된 HCD-4는 2000년 싼타페로 양산의 길을 걸었는데, 싼타페도 앞에서 언급한 미국의 '2004 종합품질 만족지수' 조사에서 2003년에 이어 소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1968년 2월 미국 포드사와 기술, 조립, 판매 관련 계약을 맺고 1968년 11월부터 코티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6년 뒤 포니라는 국산 고유모델을 만들기는 했지만, 당시 현대차는 디자인과 엔진 등 중요부품을 외국에 의존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는 세계 10위권 안의 자동차 생산업체로 성장했다. 현대와 경쟁을 벌이고 있는 GM이나 포드, 도요타 등이 70~100여 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기술을 축적해온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1973년 김재관 당시 상공부 중공업차관보가 던진 말을 현대차가 그냥 넘기지 않은 결과가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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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이름 속에 '그렇게 깊은 뜻이'

신차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차의 이름이 소비자를 잡아끌지 못한다면 안 된다. 이런 까닭에 각 회사는 신차의 이름을 짓는 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의 네이밍 과정은 크게 3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보통 6개월 정도가 걸린다. 우선 차명을 결정한다. 대부분 회사 내부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모를 통해서 결정하기도 한다. 후보군이 결정되면 기존 등록상표와 비교해, 조정과정을 거친다. 2차 과정에서 30~40개, 3차 후보과정에서 절반으로, 4차 과정에서 2~3개로 압축한 다음 최고경영층이 결정한다. 차명이 결정되면, 디자인과 부착위치 및 재질결정과정을 거친다.

현대차의 최초 고유모델인 포니는 '조랑말'이라는 뜻의 영어단어로 한국산 조랑말을 의미한다. 이는 5만8천여 통의 공모작을 5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채택했다. 엑셀은 포니의 명성을 빌리기 위해 처음에는 포니엑셀로 명명됐다가 이후 엑셀로 이름이 바뀌었다. 엑셀은 영어 Excellent를 줄인 말이다. 엑셀의 뒤를 이은 베르나는 이탈리아어로 '청춘, 열정'이라는 뜻이다.

스텔라는 라틴어 'Stellaris'(별의, 우수한, 일류의)에서 유래했으며, 스텔라의 후속모델인 엘란트라는 불어의 Elan(열정)과 영어의 Transportation(운송)의 합성어다. 아반테는 '전진, 발전, 앞으로'라는 뜻을 지닌 스페인 단어에서 비롯됐으며 XD는 'Excellent Driving'의 뜻을 담고 있다.

쏘나타라는 이름은 현대차 전 사원을 대상으로 차명 공모를 거쳤다. 공모결과 체스트라(Questra), 쏘나타(Sonata) 등 6가지가 최종후보로 선정됐는데, 미국 현지법인 및 240여 곳의 딜러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쏘나타가 지목돼 최종결정됐다. 쏘나타는 고도의 연주기술이 요구되는 강한 개성을 지닌 4악장 형식의 악곡으로, 혁신적인 성능과 기술, 가격을 가진 자동차라는 점을 상징한다. 1998년 출시된 EF쏘나타의 EF는 'Elegance Feeling'의 약자이며 올해 출시된 NF쏘나타의 NF는 'Neverending Fame(Faith)'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랜저XG는 '웅장, 장엄, 위대함'을 뜻하는 영어단어에 'Extra Glory'의 XG가 더해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다이너스티는 '왕조'를 의미하며 에쿠스는 라틴어로 '개선장군의 말'이라는 뜻이다.

스쿠프는 스포츠(Sport)와 쿠페(Coupe)의 합성어로 '특종, 대성공'이란 뜻의 'Scoop'와 동음이다. 티뷰론은 스페인어로 상어를 뜻하며 후속모델인 투스카니는 스포츠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중부 서해안 휴양도시의 이름이다.

현대의 경차인 아토스는 공개응모작으로 'A에서 Z까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소형차인 클릭은 N세대에 친숙한 용어로 '마우스를 클릭하다'란 뜻 외에 '성공하다, 잘되다'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편 국내의 차명과 해외의 차명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부분 해외고객 등에게 높은 인지도를 갖는 한편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혹은 상표권 문제 때문이다. 아토스의 경우 해외에서는 'Atos'로 판매되는데 이는 국가에 따라 '아토즈'라는 발음이 나쁜 의미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베르나와 아반떼, 아반떼XD는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액센트와 엘란트라의 이미지를 사용하기 위해 각각 뉴엑센트와 엘란트라로 알려져 있다. 티뷰론은 라틴계통의 국가에 상어가 나쁜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에 현대쿠페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그랜저XG의 경우 해외에서는 XG로 판매되는데, 이미 여러 차종에 걸쳐 먼저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에쿠스도 같은 이유로 해외에서는 센테니얼로 판매되고 있다.

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
Posted by Goo M.D. Trackback 0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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