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y Hungry. Stay Foolish

산천초목, 그리고 사람을 벗 삼은 양산주택

경남 양산시 매곡리 외산 아래 전원주택을 찾아가는 길은 소나기가 한차례 내려 녹음이 더욱 짙은 산등성이 골짜기길이다. 이런 곳에 집이, 그것도 전원주택을 지을만한 장소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비탈진 지형이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산중턱에 자리잡은 몇 채의 집들 중 최근 지어진 안영민, 김성숙 부부의 목조주택이다.
도착하자마자 집을 등지고 앞을 바라보았다. 위로는 산중턱에 구름이 걸쳐있고, 아래로는 온통 초록 땅에 방금 전 올라왔던 좁은 길이 붓으로 그린 듯한 모습이, 왜 이곳에 전원주택이 하나둘씩 들어서는가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외산은 오염되지 않은 산으로 이 근방에서 꽤 유명하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을 하다가 난(蘭)을 구경하고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머루, 산딸기 등을 볼 수 있어 찾는 이들이 많다. 주변에 장안사라는 유명한 절도 있고, 계곡은 회야강의 발원지라 물이 맑다.
부산이 삶의 터전이었던 건축주는 전형적인 도시 중산층 부부였다. 도시에서 자식들을 키워 외지로 떠나보내고, 이젠 자연 속에서 두 사람만의 삶을 꾸리고 싶어 선택한 곳이 바로 이곳. 처음에는 전원생활을 맛보고 싶은 반면 생활의 편리성도 놓치고 싶지 않아, 두 조건의 절충안인 외곽의 한 아파트에서 몇 년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시냇물소리를 들으며 흙을 밟고 텃밭을 일궈가는 생활이 지금보다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숲속’행을 결심했다. 부지선정은 의외로 쉽게 이뤄졌다. 처음에는 이곳저곳 다녀보아도 딱히 맘에 드는 곳이 없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이 근처에 놀러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 부인 김성숙씨의 옛날 직장 후배가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있는 것. 반가운 마음에, 또 전원주택에 관심도 있었기에 몇 차례 놀러왔었는데, 집 옆으로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떡본 김에 제사’라고, 옆에 있는 몇 집의 주인들에게 ‘살기에 좋으냐’는 간단명료한 질문 후 그 길로 땅을 샀다.
다음 단계는 건축이었다. 소개로 알게 된 삼익목조주택의 홍종선 사장과 건축주는 집 짓는 3개월 동안 서로를 찰떡궁합이라 칭했다. 한 번 집을 지어본 사람들은 ‘다시는 안 짓겠다느니, 10년은 늙었다느니’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마련이지만 이들 부부는 홍종선이라는 새 친구를 얻은 기쁨이 더 크다고. 그도 그럴 것이, 홍 사장에게 이 집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뇌종양으로 쓰러져 2년 반 동안 누워만 지냈던 그에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었는데, 회복 후 첫 작품인 것이다. 건축주에게도 커다란 모험이었다. 완치되었다고는 하지만 자칫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뢰를 한 것은 그의 성실성과 경험을 믿었기 때문이다.
시공자의 측면에서 보면 이곳은 건축주 부부가 남은 여생을 보낼 보금자리이다. 부실시공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자칫 주택이 골칫거리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세심을 기울여야 했다. 또한 공사로 인해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고려했다. 옆집에 데크를 무상으로 시공해 준 것만 보아도 집짓기가 얼마나 즐거운 작업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터를 잡은 이웃에게 ‘이 집 사람들을 예쁘게 봐 달라’는 시공자의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집은 경사지를 그대로 살려 지었다. 땅을 고르게 하는 토목공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한다면 비용도 만만치 않고 집 앞의 전망을 살릴 수 없었다. 따라서 대지의 앞부분에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그 위를 데크로 시공해 30평의 널찍한 외부공간을 확보하였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커다란 거실창. 실내에서 보면, 창 가득히 앞산의 푸르름으로 꽉 차 있다. 그래서 더욱 시원하고 웅장한 느낌이다.
집 지은 지 이제 갓 한 달이 지났다. ‘젓가락, 숟가락만 들고 들어왔다’는 건축주의 말처럼 이 집은 아직 살림살이가 다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딱 필요한 가구만 배치한 공간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여백으로 남아 더욱 돋보인다. 여기 앉아 있으면 오디오, TV가 필요없다. 나비가 날아다니고, 귀뚜라미,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이곳에서 그 어떤 소리가 자연이 주는 기쁨을 대신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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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oo M.D. Trackback 0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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